제목 : [아주초대석]박정록 더테크빌 대표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현금 없는 사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일부 업종에 대해 현금 결제를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다음 달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 남은 동전을 선불카드에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핀테크 스타크업 리더 가운데 한 명인 박정록 더테크빌 대표는 앞으로 다가올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해 100~200원 소액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마이크로 페이먼트(소액 결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계좌 없이도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카드와 연동해 모바일로 송금, 결제가 가능한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 '코인박스'를 개발했다.

◆ "마이크로 페이먼트, 현금 없는 사회 핵심"

박정록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유통업체, 통신사, 카드사 등 대기업들이 기존에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와 차별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현재 온라인에서 100원을 결제하려고 해도 수수료 발생과 이용자의 불편함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는 기존 대기업들이 서비스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는 금융계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청소년이나 신용불량자, 외국인 등이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2~3개월 비교적 짧은 기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경우 금융계좌를 만들 필요가 없지만 은행 거래가 없는 상태가 돼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가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비(非)금융계좌 기반의 모바일 마이크로 페이먼트를 통해 확장성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 시장에 마이크로 페이먼트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실시간 방송이 재밌으면 시청자는 별풍선을 쏘고 제작자는 돈을 벌게 되는데 이럴 때 마이크로 페이먼트 서비스를 활용하면 쉽다"면서 "소액을 지불하는데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필요 이상의 돈을 충전해야 하고 그 절차도 불편한데 반해 비금융계좌 기반으로 결제하면 누구나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선불카드가 세계적인 추세"

이같은 이유로 박 대표는 신용카드보다는 선불카드와 연동하는 쪽으로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선불카드를 활용하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에 제약은 있지만 지하철을 탈 때처럼 스마트폰에 찍거나 앱으로 결제하면 돼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선불카드가 집집마다 굴러 다니고 있는데 잔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돈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잔액을 선불카드에서 스마트폰 앱에 옮기고 다시 앱에서 선불카드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알리페이, 페이팔 등 전세계적으로 선불카드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아직 한국만 신용카드 중심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 등 전세계 주요국에서는 현금과 신용카드 사용이 줄고 직불카드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은 신용카드 이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의 지급수단 사회적 비용 추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전체 지급수단 가운데 39.7%를 차지했다. 현금은 36%, 직불카드는 14.1%에 그쳤다. 이에 반해 노르웨이의 경우 2013년 기준 직불카드 이용 비중이 51.8%에 달했다. 호주는 현금이 51.3%, 직불카드가 27.8%, 신용카드가 14.3%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카드사 등 금융권 카르텔이 강력하기 때문에 자영업자, 노점상 등과 같은 영세 가맹점에게 제약이 많다"면서 "선불카드 연동 소액 결제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 조합 단위로 가맹점으로 뭉치게 되면 소상공인들은 기존 카드 수수료를 내는 것보다 가맹비를 아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 "베트남 찍고 해외 시장 진출 확대"

박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베트남이다. 현재 현지 파트너사와 합작법인을 구성하고 본 서비스 준비 중이다. 연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은 모바일 보급율이 130%이나 은행계좌 보유율은 20% 이내로 국민의 80%가량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온라인·모바일 결제에 어려움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1000개 이하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베트남 국민 중 80%는 은행 계좌가 없고 현금 위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온라인 결제 방법이 많지 않다"면서 "또한 동남아에는 길거리 노점상이 많은데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어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베트남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연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대가 가능하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